맘스커리어 - 주민과 행정을 잇는 ‘통장’…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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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행정을 잇는 ‘통장’…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새로운 시작

김혜원 엄마기자 / 기사승인 : 2025-08-26 1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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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역할, 다문화·복지 현장으로 확장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A씨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했지만, 막상 사회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불안감이 먼저 밀려왔다. 적어도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집에 있어 줘야 한다는 부담감, 경력이 단절된 지 오래된 상태에서 다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겹쳐왔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통장 모집 공고문’을 보게 됐다. 그는 ‘통장을 하면 아이 곁을 지키면서도 사회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통장은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81조에 근거한 자리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동 행정을 보조하는 명예직으로 주민과 행정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공개 모집과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동장이 임명한다. 임기는 보통 2년이며, 연임도 가능하다. 세부 조건은 지자체별로 다르다. 예컨대 양천구의 경우 2회 연임이 가능해 최대 6년까지 통장을 맡을 수 있다. 후임자가 없는 경우에는 추가 1회 연임도 허용된다.

통장의 임무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주민등록 전입 사실을 확인하고, 구정 시책을 주민에게 알리는 것은 기본이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민 대피를 돕고 피해 상황을 보고하며, 저소득 가구나 위기가정을 찾아내 복지 제도와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살펴야 한다. 또 민방위 대장을 겸하기도 한다. 위기 상황에서 먼저 움직여 주민을 도와야 한다.

A씨 같은 육아맘에게 통장은 아이 돌봄과 사회참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종일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도 이웃과 마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통장 역할을 하며 다시 사회로 나가는 발걸음을 연습할 수도 있다.

최근 지자체는 시대적 변화와 주민 특성을 반영해 통장의 역할을 새롭게 확장하고 있다. 서울 중구는 외국인 주민 비율이 9%에 달한다. 구는 이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을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어가 가능한 장기 거주 외국인을 뽑아 구청과 외국인 공동체를 연결하는 다리로 세운 것이다. 명예통장은 정책 제안, 생활정보 전달, 봉사활동 참여 등을 통해 외국인 주민이 지역사회에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문화 사회에서 통장의 의미를 재해석한 사례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전국 최초로 ‘이·통장의 날’을 제정했다. 오랜 시간 묵묵히 봉사하며 지역사회를 떠받쳐온 이·통장의 헌신을 제도적으로 기념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그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주민들에게도 통장의 가치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인천 서구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안녕 통장’ 사업을 운영한다. 복지 공무원이 근무 시간인 낮에 만나지 못한 가정을 통장들이 야간에 직접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선 “어두운 골목을 찾아가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발굴된 가정들은 긴급복지나 민간 후원과 연결돼 삶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이웃의 안부를 묻고 돌보는 역할을 통장이 맡는 셈이다.

이처럼 통장은 행정 전달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안전망이자 문제 해결사로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주민의 불편과 건의를 살피는 것은 물론, 다문화 가정의 목소리를 담고, 위기 이웃을 발굴해 복지 제도로 잇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엄마들에게는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경력 단절로 자신감을 잃었더라도, 통장은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작은 시작이 된다. 아이를 돌보면서도 동네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성장과 지역사회의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자리다.


면접을 앞둔 A씨는 여전히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있다. 통장이란 자리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주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역할임을 알게 된 지금, 그에게는 두려움보다 기대가 더 크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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