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 시 실제 발달장애인의 삶에 필요한 것인지 고려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과 만나 안대로 눈을 가린 뒤 시각장애인 체험을 했다. 점자블록이 중간에 끊겨 보행이 어렵거나, 음향신호기가 고장 난 건널목을 건너며 시각장애인이 외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느꼈다. 영상을 본 시청자 역시 장애인의 일상을 보며 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고 관심 두게 됐다. 발달장애인이 보내는 일상에 관심을 두고 이들이 접할 정보를 쉽게 소개해 주는 사회적기업이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정보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 쉬운 정보를 만들어 제공해 주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이다.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사진=소소한소통] |
- 대표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 대표 백정연입니다.
- 소소한소통을 소개해 주세요. 사명의 뜻도 궁금합니다.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일을 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소통의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뒤 사회복지사로 일하셨는데요. 이 일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이후 장애인복지 현장, 특히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기관에서 주로 일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직장은 장애 관련 공공기관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법 시행 준비를 위해 보건복지부 파견 근무를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외의 easy read 사례를 찾아보며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도입, 확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죠. 마지막 직장 재직 중엔 휠체어 사용자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장애인 가족으로서 관점의 변화도 생겼습니다. 마지막 직장 퇴사 후 이직할 곳을 알아보다 ‘한국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이라는 창업지원정보를 보게 됐습니다. easy read 기관이 번개 치듯 떠오르며 도전해 보자는 생각 하나로 시작해 지금까지 왔습니다.
- 창업 후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는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들려주세요.
다행히 큰 위기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려움이라면 바쁜 일 대비 매출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입니다. 하지만 직원들 월급 밀리지 않고 있고, 직원들이 일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으며 일하고 있어 지금까지처럼만 운영돼도 감사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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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함께[사진=소소한소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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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의 결혼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볼 기회를 얻었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삶을 체화할 수 있었다는 백정연 대표[사진=소소한소통] |
- 지난해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에서 척수장애인 남편과 살며 이전보다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많다고 하는데 사회복지사로 일하셨기에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습니다.
일터와 삶터에서 만난 장애인의 일상은 정말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놀랐으나, 어쩌면 당연한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아닐까요. 남편과의 결혼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볼 기회를 얻었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삶을 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 책에는 대표님과 남편분께서 겪은 일화가 나옵니다. 여전히 장애인에게 차별 가득한 사회에 대해 알게 돼 씁쓸했습니다.
남편과 외출하는데 저를 두고 ‘천사 같은 색시’라는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장애인과 함께 사는 비장애인이 착할 것이다’ 또는 ‘희생이 전제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가장 씁쓸합니다. 제가 남편과의 결혼 이후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보지 않아 모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두고 장애인이 무엇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 소소한소통에서는 쉬운 정보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쉽게 이를 접하고 활용하고 있는데요. 쉬운 정보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쉬운 정보란 한자어, 전문용어, 외래어 등 어려운 표현을 최대한 지양한 짧고 쉬운 글을 뜻하는데요. 필요한 경우 글의 이해를 돕는 보조적 이미지로 삽화와 사진을 사용합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어린이, 어르신, 외국인 등 상대적으로 낮은 문해력을 갖고 있거나 특정 정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재한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입니다.
- 소소한소통에서 나오는 콘텐츠가 다양합니다. 이모티콘도 출시했고, <누워서 편하게 보는 복지 용어> 같은 책도 있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발달장애인의 삶에 필요한 것인지를 고려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정보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거나, 일상 안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지를 염두에 둡니다.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발달장애인과 인터뷰를 하는 등 발달장애인의 삶에 투영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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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사진=소소한소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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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사진=소소한소통] |
- 얼마 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쉬운 해설 전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발달장애인의 소통 방식, 특히 비언어적 메시지를 활용한 소통 방식을 충분히 파악 후 활동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투어 해설을 했던 직원들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우리의 일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참여한 분의 참여 수준을 동일하게 정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도록 유연한 운영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많은 분이 새로운 경험의 기회에 좋은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이런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랍니다.
- 사실 장애인뿐 아니라 정보 약자들이 사회 곳곳에 많습니다. 이들까지 아우르는 좋은 콘텐츠와 정보를 제공하려면 제작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관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소소한소통이 만든 쉬운 정보가 결과적으로는 많은 분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됩니다만 기획 출발선은 발달장애인이 중심이 됩니다. 이는 우리가 발달장애인과의 접점이 많고 그들의 니즈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기 때문입니다. 쉽다는 것만으로 어르신, 어린이, 경계선지능인 전체를 아우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경제적 가치 모두 창출해야 해 쉽지 않은데 특히 소소한소통의 저작물의 경우 크게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 어려렵습니다. 운영을 이어가는 정도의 매출이 발생해 사실상 수익은 0에 가깝습니다. 열심히 벌어서 직원들 급여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지요. 하지만 저는 이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한 기준이 낮게 형성돼 있고, 저작권 개념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거든요. 불안하며 매년 버틸 만큼의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기술이 발전돼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한데 장애인이나 어르신의 경우 이를 어려워해 더 불편해하죠. 키오스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술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동등하게 누리려면 개발자들이 어떤 점을 고려하면 좋을까요?
다수가 아닌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키오스크의 경우 정말 많은 사람이 어려워합니다. 건축학과에 BF 관련 수업이 포함된 것처럼, 모든 상품, 서비스, 기술 개발자가 장애인 등 소수자를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이 의무가 되면 좋겠습니다.
- 또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를 활용하게 될 장애인을 위해 소소한소통에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술의 힘을 빌려 많은 사람이 쉬운 정보를 조금 더 자신의 일에 도입할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발달장애인도 어려운 것을 편하게 묻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길 수 있도록 계획 중입니다.
- 소소한소통의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우리나라의 쉬운 정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쉬운 정보가 온전한 권리로서 보장받고 있지 못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당연한 권리로서 주어질 수 있도록 정책 개선 등의 노력에도 집중하며, 동시에 소소한소통 이름처럼 일상의 작은 순간에 정보 접근, 활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발달장애인의 삶을 변화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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