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달 29일 무안공항에서 항공기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이 오전 9시 3분경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 가운데 인명 피해가 가장 크다.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총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승객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 주민으로 성탄절을 맞아 방콕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희생자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고, 2일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발인이 처음으로 치러졌다. 유족에게 시신 인도도 시작됐다. 다만 여전히 수색 작업이 이뤄지는 데다 시신 일부를 찾더라도 검사하는 데 시간이 걸려 유족의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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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뉴스 보도 캡처] |
참사 현장인 무안공항엔 분향소가 마련됐다.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이 조문하기 위해 공항 바깥까지 줄을 서서 기다렸다. 특히 어린 자녀를 데려온 부모가 눈에 띄었다. 머니투데이에 보도에 따르면 3세 아들과 함께 온 28세 박모씨는 “가장 어린 희생자가 2021년생이라고 하는데 아들과 나이가 같아 더 마음이 쓰였다”라며 “아이와 와서 모두 좋은 곳 가시라고 인사드렸다”라고 전했다.
이번 참사의 최연소 희생자는 2021년생으로 이제 세 살이다. 아버지 A씨는 프로야구팀 KIA 타이거즈 소속 홍보팀에서 일했다. A씨 부부는 아들을 데리고 첫 가족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자신의 SNS에 여행 중 아들과 웃으며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A씨의 SNS 게시물에 글을 남기며 세 가족을 애도했다.
외할아버지의 팔순을 기념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겪은 청소년과 어린이도 있다. 제주항공 참사 최고령 희생자인 B씨의 손주들이다. B씨 부부는 큰딸 내외와 작은딸, 그리고 손자녀 네 명을 데리고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일이 바빠 동행하지 못한 B씨의 작은사위는 장인·장모와 아내, 그리고 세 자녀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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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조용수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 페이스북 캡처] |
광주에서 소아과를 운영한 C원장도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간 여행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소아과 앞엔 “그동안 아이를 진료해 주셔서 감사했다” “선생님 사랑해요” 등 고인에게 남긴 메모가 붙어 있다. 남편 역시 전남대병원에서 환자를 돌본 의사다.
조용수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청 즉시 재난 의료지원팀이 출동하고 속속 응급실로 모여 중환을 받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한 명도 이송오지 못했다”라고 적었다. 조 교수는 “병원으로 꼭 돌아와야 할 사람도 결국 돌아오지 못하였다, 무너져 내린다”라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조 교수가 언급한 ‘꼭 돌아와야 할 사람’은 C원장의 남편이자 화순전남대병원에서 근무한 D교수로 알려졌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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