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육아휴직 제도가 확대되고 지원책도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사용하기 쉽지 않다. 남성 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40%에도 못 미치고, 영세 사업장에서는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눈치를 보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 인상 등 제도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이에게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어렵게 휴직을 다녀와도 복귀 후 타 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반복된다.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 미부여 신고 건수는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신고가 184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법 위반이 확인된 사례는 20건으로, 이 중 2건은 기소됐다.
모성보호제도 위반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위반 건수는 491건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381건으로 이미 77.6%에 달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격차가 컸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집계된 모성보호제도 위반 2242건 가운데 31.2%인 700건이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합하면 1160건으로 절반이 넘는다.
고용유지율 역시 사업장 규모별 차이가 뚜렷했다. 올해 5월 기준 육아휴직 종료 1년 후 고용 유지율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70.1%에 그쳤지만, 50~300인 미만 79.6%, 300~1000인 미만 85.8%, 1000인 이상은 90.8%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고용 안정성이 높았다. 이는 제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을 보여 준다. 영세 사업장의 인력·재정 여건이 취약한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사회에서는 육아휴직 제도를 한층 넓히려는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자녀 연령 기준을 현행 만 8세(초등학교 2학년)에서 만 12세(초등학교 6학년)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현재 공무원은 자녀 1명당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며, 휴직 기간은 승진 경력으로도 인정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돌봄 공백이 큰 초등 고학년 시기에도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통해 “육아 친화적 공직문화를 조성하고, 공무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남성 공무원 7만3674명 중 육아휴직을 선택한 이는 2만8850명(39.2%)에 불과했다. 농촌진흥청(24.6%), 국무총리비서실(26.7%),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30.8%) 등 일부 기관에서는 남성 사용률이 특히 저조했다.
공무원도 이런데 사기업은 어떨까. 결국 전문가들은 제도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영세사업장이나 민간기업에서는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고, 복귀 이후 고용 안정성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직 이후 1년 이상 고용이 유지되는 비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김위상 의원은 “제도를 늘리는 것만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정부는 영세 사업장 등 모성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관리·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육아휴직은 부모라면 누구나 당연히 쓸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세 사업장에서는 사정이 어려워 선뜻 사용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정부가 사각지대를 살피고, 작은 사업장을 지원해 부모가 아이 곁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부모가 곁에 있어 주는 시간, 그 소중한 시간이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