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의 71.3%는 양육비 받지 못하고 있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이혼 후 아이를 홀로 키우는 육아맘 A씨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제가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열심히 하면 아이를 온전히 돌볼 수가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려 평일에는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두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소득 기준 초과로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고 아이를 돌봐주는 이모님께 드리는 비용과 교육비, 생활비를 쓰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내가 혼자 벌어 아이를 키워야 한다. 삶에 여유가 없어 힘들다"라고 전했다.
최근 이혼과 미혼 출산, 사별 등의 이유로 아이를 혼자 키우는 한부모가족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한부모 가구는 149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6.8%에 해당하는 비율이며 이중 부자 가구가 36만1000가구, 모자 가구가 11만3200가구로 나타났다.
한부모가족의 정부 지원율은 12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해 현재는 한부모가족의 65.9%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소득 기준 완화 등으로 한부모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나 부모 중 한 명이 경제활동부터 가사노동,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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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성가족부] |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31일 전국 한부모가족 가구주 33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의 평균 연령은 43.6세로 평균 1.5명의 자녀를 양육 중이었다. 한부모가 된 이유는 이혼이 84.2%로 대부분이었고 사별이 10.4%, 기타(미혼자) 사유가 5.4%였으며 가구 구성은 △모자 가구 53.5% △부자 가구 20.3% △모자+기타(조부모 등 다른 세대원) 가구 15.2% △부자+기타 가구 11%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한부모가구의 평균 소득과 순자산은 전체 가구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월평균 소득은 294.6만 원으로 전체 가구 대비 60.3% 정도 비율이었고 주 소득원은 근로소득이 78.5%, 정부 지원이 14.9%였다. 금융자산·부동산·부채를 고려한 순자산액은 1억1568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액 4억4894만 원의 25.8%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부모는 대부분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부모의 83.9%는 취업 중으로 고용률은 높은 편이나 주로 소규모 사업장에 재직하고 있고 근로소득이나 종사상 지위가 높지 않은 것을 고려했을 때 고용안정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취업 한부모의 평균 근로소득은 244.4만 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312.8만 원에 비해 적은 수준이며 상용 근로자가 53.3%, 임시‧일용근로자가 30.8%로 나타났다. 재직 중인 사업장 규모는 △1~4인 35.1% △10~99인 32.7% △5~9인 23.8% △100~299인 5.5% △300인 이상 2.8% 등 순이었다.
한부모가정의 어려움은 대부분 자녀 돌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모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외벌이 가정의 엄마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가 아플 때와 같은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어려움 중의 하나다. 실제 한부모 가정 미취학 아동의 시설보육 이용률은 87.1%, 초등 자녀의 돌봄교실·방과후교실 이용률은 43.3%, 학원 이용률은 39.2%로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하루 중 자녀가 혼자 보내는 시간은 미취학 자녀 평균 2.2시간, 초등 자녀 평균 2.5시간으로 나타났다.
한부모들은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을 호소했다. 자녀 양육비로는 월평균 58만 원을 지출하고 있었으며 자녀 연령이 높을수록 부담은 증가했다. 미취학 자녀 양육비는 46.1만 원, 초등생 자녀 50.5만 원, 중‧고생 자녀에게는 66.1만 원의 양육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양육비는 1인당 미성년 자녀의 양육을 위한 직접적인 지출 비용을 의미하며 가족과 함께 지출하는 숙식비 등 공통 지출액은 제외된 금액이다.
양육비 긴급 지원과 선지급 등도 시급한 제도로 꼽았다. 자녀 양육비 지급 채권이 있는 한부모(33.3%) 중 실제로 양육비를 지급받은 비율은 80.1%, 지급받은 평균 금액은 78.6만 원으로 나타났으나 법적 양육비 채권이 없는 한부모(66.6%)는 양육비를 지급받은 비율은 2.6%에 불과했고 지급받은 금액은 평균 27.1만 원이었다. 양육비 채권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한부모의 71.3%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해 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는 △양육비 긴급 지원 확대/양육비 선지급제 도입(71.0%) △제재 조치 강화(17.5%) △면접교섭지원 서비스 강화(10.6%) 등 순이었다.
이에 여가부는 올해 1월부터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인 저소득 한부모가족에게 지원하는 아동양육비를 자녀 1인당 월 21만 원에서 월 23만 원으로 인상했고 오는 7월부터는 정부가 자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고 비양육자로부터 추후 회수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도를 시행한다. 선지급 제도의 대상은 양육비 채권이 있으나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한부모이며 18세 이하 미성년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을 지원한다. 국가가 지급한 선지급금은 비양육 부모로부터 회수하고 불이행 시 강제징수한다.
지자체들도 한부모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나섰다. 부산시한부모가족지원사업단은 한부모가정에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2025년 한부모가족 가사지원서비스를 운영한다.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며 근로·학업을 병행하고 있어 가사 부담을 겪는 부산시 거주 한부모 가정(중위소득 130% 이하)이 대상이다. 총 100가구를 선정하며 선정된 가정은 가사 서비스 8회를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고 이용료 일부를 부담하면 최대 20회까지 이용할 수 있다.
화성시는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와 한부모가정 양육비 미지급 해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내 한부모가정을 대상으로 한 양육비 청구 법률 지원과 한부모가정 복지 증진을 위한 공동 사업 개발 등을 추진한다. 칸나희망서포터즈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가정의 안정적인 양육 환경 조성과 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해 양육비와 장학금, 양육비 소송 등을 지원하는 단체다. 시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법률적 및 사회적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양육비 문제 해결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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