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자신의 분야에서 지평을 넓힐 수 있는 힘 가지고 있어"
▲ 박정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이금재 기자] 방송 MC, 배우, 보건 국제 행정 전문가, 세계스마트시티기구의 사무총장 등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가 지난 9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바로 박정숙 대표이사다. 이전까지 서울시 국제기구 사무총장 및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주요 시책의 홍보 및 성공적 수행을 지원하기도 했다. 박 대표이사는 아들을 양육하는 워킹맘이자 글로벌 네트워크·행정 전문가로서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시민을 위한 여성·가족 정책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박 대표이사는 “저출생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족 환경 변화 및 사회적 트렌드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라며 “서울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 개발 및 실행으로 시민에게 신뢰받는 출연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임명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박정숙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 [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
- 먼저 대표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박정숙입니다. 취임하기 전엔 세계스마트기구를 비롯한 여성, 아동, 미디어, 국제행정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재단에 녹여내 명실상부한 기관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대표이사 이전에 서울 시민이자 워킹맘으로 재단에서 추진하는 출산과 보육, 여성의 경력개발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의 영역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여성·가족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 지난 9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됐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실질적인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경쟁력 강화, 안전한 가족 환경, 아동의 권리 보장, 보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서울시 출연기관입니다.
여성가족재단은 양성평등 행복도시 서울 실현을 위해 서울시의 여성과 가족을 위한 일·돌봄·안전 지원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아동, 가족을 위한 정책개발과 기관 및 시민 지원 실행 사업, 공간 운영 사업을 추진합니다.
여성의 일과 자녀 돌봄의 어려움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력 단절 지원 및 돌봄 공공지원이 중요해졌습니다. 최근 반등이 있긴 했지만, 초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다가오면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민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또한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교제 폭력, 스토킹 범죄 등 다양한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우리 기관의 중요한 과제이자 목표입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일·생활 균형, 돌봄 지원, 폭력으로부터의 예방과 관련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여성정책의 일환으로 ‘서울 스마트 우먼 프로젝트’를 통해 각계각층 여성리더를 발굴하기 위한 기관, 단체, 학계 등과 파트너십(Public Private Partnership)을 구축하여, 토크콘서트, 국제 포럼, 토론회, 정책간담회 등 권역·기능·조직별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새로운 양성평등 패러다임을 확산할 예정입니다.
▲ 박 대표이사와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
- 대표직을 맡으며 강조한 부분이 민관협력 파트너십이라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 파트너십이 효과적이며,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가 기본이 됩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협력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협력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여성·가족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운영하려고 합니다.
공공 서비스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민간의 노하우와 공공성이 만난다면 시민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일례를 들자면,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미래에 요구되는 필요 역량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자녀에게 무엇을 교육할지 고민합니다. 저는 이제 공공서비스가 인프라 구축을 넘어 교육 콘텐츠 제공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단계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전문가와 함께 정리하고, 2단계는 미래 아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콘텐츠 발굴 및 큐레이팅, 3단계는 우리동네 키움센터, 서울형 키즈카페, 서울형 어린이집 등에서 교육 컨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민·관이 상호 파트너로 협력하여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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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
- 저출생 문제도 심각합니다. 3분기 합계출산율이 8년여 만에 반등했습니다만 합계출산율은 0.76을 기록했습니다. 저출생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3년 서울시 합계 출산율 0.55명(전국 0.72명)’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저출생 주요 요인은 고용·주거·출산·양육 등에서 나타나는 부담으로 젊은 세대들이 결혼, 출산, 양육을 기피 또는 포기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모두 함께 일하고 돌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저출생 극복에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우리 기관은 일을 하면서도 돌봄이 가능한 양육 친화적 기업문화 조성, 여성 경제활동 활성화, 출산·양육 공공지원 등 저출생 대응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식 개선의 문제입니다. 사회적으로 자녀를 키우기 좋고, 공정한 사회에서 공공의 서비스만으로도 차별 없이 자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누가 자신의 예쁜 2세를 마다할까요? 국가와 공공은 끊임없는 정책 개발로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서비스를 공급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 노력은 탁상행정이 아닌 마음을 담은 애민에서 나온다는 확신만 드린다면 저출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 재단에서 여성의 IT업계 진입과 취업 후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개해 주십시오.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을 위해 성장하는 산업인 IT 분야로 여성의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실무 중심의 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또 진입한 여성들이 경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성장을 지원하는 ‘우먼테크 플랫폼’을 통해 유망한 일자리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IT 채용 시장이 실무 경력을 요구하고 있기에 진입을 위한 실전 경험 쌓기,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 제작과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멘토들과의 만남 등을 지원합니다. IT 아이디어 대회인 해커톤을 통해 우수작도 선정하고 수상할 뿐 아니라, 우수 사례를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디지털 환경으로 생기는 새로운 직업에 주목하여 디지털 보안과 안전 강사 양성 과정을 개발하고 강사를 양성하여 실제로 작년 약 33개 초·중·고등학교로 연계해 학생 4200여 명에게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했습니다.
성장 지원 사업으로는 학습 성장을 원하는 IT 여성 재직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우먼잇츠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우먼잇츠는 23년 상반기 모집을 시작으로 어느새 가입자 수가 2800여 명이 됐습니다. 우먼잇츠의 대표 사업으로 학습 모임 ‘잇츠 스터디’가 있는데요, 학습 모임을 이끌 리더를 구성하고, 리더의 학습 주제에 함께하고 싶은 멤버가 지원해 팀을 구성하는 형태로 운영합니다. 1기는 아마존웹서비스 한국사용자 모임(AWSKRUG), 2기는 우아한 형제들과 협력하여 추진했으며, 올해 진행되는 3기는 구글에서 지원하는 우먼테크메이커스(Women Tech makers)와 공동 기획해 운영합니다. 4기도 올해 상반기 중 모집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3040 세대의 경력 단절 여성의 복귀를 지원하는 ‘우먼업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서울우먼업 프로젝트’를 통해 구직 지원금 제공, 인턴십 기회 확대를 통해 이들이 경제적 자립과 경력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올해도 ‘서울우먼업 프로젝트’는 구직 지원금과 인턴십을 각각 모집해 지원할 예정입니다.
-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여성 대상 각종 범죄 상담부터 해결까지 원스톱 지원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서울 디지털 성범죄 안심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삭제부터 상담, 법률, 의료, 심리 지원까지 원스톱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접수하면 센터에서 모든 필요 지원 서비스를 1:1 맞춤으로 통합 지원을 하고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센터가 초기 개소된 22년 개소 후부터 3344여 명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은 딥페이크 피해 증가로 피해자 수가 2023년에 비해 약 390% 증가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접수 인원 (단위: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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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한 후에는 피해 촬영물이 삭제 지원을 해도 재유포될 가능성이 높아 피해자가 더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지원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기관에서는 피해 대응과 함께 예방 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데요, 일반시민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양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 콘텐츠를 개발‧확산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디지털 성범죄의 연령이 가해자, 피해자 모두 낮아지고 있어, 작년에는 성동, 광진경찰서, 교육지원청과 협력해서 초‧중‧고 학생 3000여 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예방 교육을 했습니다. 올해는 서울 전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 양육 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재단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양육 친화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중소기업 상황에 맞춰 양육친화 제도를 도입하고 실행한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울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추진 중입니다. 올해는 연간 약 1,000개 중소기업이 워라밸 포인트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약 5만 명 근로자의 일·생활균형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2023년 고용노동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률 11.2%, 출산 전후 휴가제도 사용율 15.5%, 유연근무제도 도입 가능성 전혀 없다 59.5%라고 답하는 등 서울시 중소기업의 일생활균형 제도의 실제 사용률은 정말 저조하였고, 그 원인으로는 인사 담당자 인터뷰 결과 동료 및 관리자 업무 과중, 대체인력 구하기 어려움, 눈치 보이는 직장 문화와 분위기가 주요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또한 전체 근로자의 약 90%가 중소기업 근로자이지만 일·생활균형제도는 대기업 근로자에게 집중되어 사용되고 있고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열악한 상황으로 실제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자 10명 중 7명은 대기업 직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중소기업 현실의 어려움을 지원하고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서울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 사업을 설계했는데요. 이 사업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양육 친화 제도 활용 시 포인트를 부여하고, 획득한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회사 직원이 출산휴가, 육아휴직, 결혼, 임신, 시차근로 등을 사용하면 회사의 포인트로 적립됩니다. 특히 청년이나 남성이 사용하면 2배로 적립됩니다. 적립된 포인트를 활용하여 ‘육아휴직 동료 응원 수당 월 10만 원 최대 12개월’ ‘육아휴직 대체인력 근로자 지원금 월 20만 원 최대 6개월’, ‘출산휴가 급여 지원 마지막 달 90만 원’ 등 총 14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CJ 올리브영, 현대백화점, 카카오 등과 연계하여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일생활균형 최약지대인 소상공인 대상으로 민간 아이돌봄서비스 연계 지원(자녀 1인당 월 최대 60만 원, 2자녀는 월 최대 90만 원을 6개월간 총 360만 원 지원하는 정책), 임신‧출산으로 인한 휴업 기간 중 발생하는 임대료, 공과금 등 각종 고정비용 지원(일 최대 5만 원/최대 10일/50만 원 한도로 보장),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약 1200개 서울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내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일·생활균형 컨설팅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서울시 중소기업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리며 아이 키우기 좋은 중소기업 문화 확산에 동행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소상공인 여러분께서 이 사업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으시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영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박정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와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
- 다시 일하고 싶은 맘스 커리어 독자 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엔 유리천장이 존재하죠. 저는 이를 깨는 대신 밀어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기존 체제를 깨부수는 대신 밀어 올려 영역을 넓히는 것입니다. 여성 스스로 커리어를 만들어 파이를 넓히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특히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들은 새로운 걸 만들고 세상을 멀리 보며 자신의 분야에서 지평을 넓힐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엄마들이 자신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남성과 협력해 시너지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엄마’들이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맘스커리어 / 이금재 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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