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배변 훈련도 되지 않은 4세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자신은 차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제이미 맘’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핫이슈지' 채널에서 개그우먼 이수지가 연기한 35세 이소담은 대치동에 살며 아들을 수학과 영어 학원에 보내고, 수행평가를 위해 제기차기 과외 교사까지 알아볼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 말투와 패션 등을 실감 나게 재현해 큰 반응을 얻은 가운데, 해당 영상에서 이수지가 입은 명품 옷이 강남 지역 중고 거래 사이트에 대거 매물로 나와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웃음이 나면서도 뒷맛이 씁쓸하다고 말한다. 제이미 맘의 행동이 과장되거나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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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유튜브 핫이슈지 채널 유튜브 화면 캡처] |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들어가려면 시험을 보는데, 이를 '4세 고시'라고 부른다. 많은 '제이미'들이 영어유치원의 레벨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 과외를 받고 학원에 다닌다. 자녀의 학원 라이딩을 하며 차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이소담’ 역시 대치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유아를 대상으로 한 사교육과 관련해서는 아직 공식 통계조차 없다. 지난해 정부는 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4세 고시’나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아 사교육 시장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는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세 여아를 양육하는 A씨는 “유치원 엄마들끼리 만나면 어떤 학원을 다니는지, 무엇을 배우는지 서로 묻는다”라며 “5살인데 아이 친구들은 예체능, 수학, 영어 등을 다닌다”고 말했다. 7세 남아를 양육하는 B씨는 “내년에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그러다 보니 자꾸 학원에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일산 서구청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첫걸음마 동행 토크콘서트'에서도 "아무것도 안 시키자니 불안한데, 어떤 사교육을 하면 좋을지", "교사 부모는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학희 교사는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가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학원에 보낸다고 한다”라며 “아이가 다니고 싶은 학원에 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불안해서 학원에 보낸다면 아이에게 효과가 없지만, 아이가 원하는 학원을 선택하면 열심히 한다”라며 “아이로서는 부모가 다니라고 해서 학원에 갔고, 그걸로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금주 교사는 사교육에 대해 “부모의 주체적인 생각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수행평가만 있는데, 이는 과정 중심이다. 이 교사는 “아이가 처음에 줄넘기를 하나 뛰다가 나중에 다섯 개를 뛰게 되면 발전한 것이다”라며 “초등학교에선 성장을 바라보며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줄넘기를 어려워하거나 자신 없어하면, 함께 나가서 뛰어주는 것이다”라며 “아이가 도망가고 싶어 할 때, 엄마가 함께 뛰어주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학원에 가서 잘 뛰게 하는 것보다, 엄마와 함께 뛰며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교사와 엄마 선배는 ‘사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라고 주장했다. 부모가 학원에 보내기보다 줄넘기를 함께해 주고, 교과서를 같이 읽고, 숙제를 봐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단순히 선행학습을 시켜서 먼저 치고 나가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함께한다면 학원 몇 군데 더 보내는 것보다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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