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최정애 교육전문기자] 하늘은 회색빛, 지붕도 회색빛, 도시 전체가 회색빛인 어느 날 온 세상이 흐리고 어두컴컴해 지더니 눈 한 송이가 천천히 떨어집니다.
“눈이 내리네!” 개와 함께 있던 소년이 이야기 하지만 긴 수염의 할아버지도 모자를 쓴 남자도 우산을 들고 있는 여자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곧 녹을 거야’라며 눈꽃송이들은 눈이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심지어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도요
그러나 소년의 기대처럼 눈송이들은 빙글빙글 돌고 춤을 추며 계속 내리더니 점점 지붕을 하얗게 덮고 급기야 온 세상이 하얗게 됩니다. 그동안 소년은 마더구즈 서점에서 튀어나온 주인공들과 신나게 놀면서 ‘눈이야!’라고 외치죠.
눈 오는 날의 풍경을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 ‘SNOW' 이 그림책은 1999년 칼데콧 수상작이에요. 회색 도시에 내리는 눈을 어른들은 무시하지만 소년과 강아지는 기대감을 안고 거리고 뛰어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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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예스24] |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은 큰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는 듯해요.
아이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지만 어른들은 지나온 시간들에 비추어 지금의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 가능하기에 함께 집중하기보다 아이가 더 잘 되도록 알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요.
아이의 모든 시선과 생각에는 이유가 있지요. 이 그림책 속 소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눈 한 송이가 내리는 모습을 아이들은 수월하게 찾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두세 번 두리번거려야 찾더군요. 내 아이를 내 소유로 생각하면 아이의 변화의 작은 부분을 간과하거나 보지 못할 수가 있어요. 아이의 생각을 듣기전에 섣불리 훈계부터 둬서 아이의 마음을 닫게 만들지요.
부모는 아이를 당장 바르게 키워야 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이 아닌 '결국 바른길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아이를 대하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길 거예요. 그러면 작은 눈송이가 내리고 녹고 또 내리고 녹아 사라지기를 반복하다 어느새 온 세상을 하얗게 변화 시킨 것처럼, 아이의 작은 변화 하나 소소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쏟고 응원하고 지지하다 보면 당장은 표나지 않아도 어느새 잘 자라고 있는 내 아이를 발견할 거예요.
눈이 한 송이 두 송이 날리면 아이와 함께 거리로 나가 동심을 즐겨보세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커피와 코코아 나란히 앉아 마시며 눈 오는 날의 풍경을 맘껏 즐겨보세요.
생각보다 적은 몇 번의 눈 오는 날이 지나면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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