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옥 소장, 비폭력 대화법 소개하며 부모의 자기 성장 강조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육아맘 김씨(45세)는 최근 들어 아이와 대화 자체가 잘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일상생활에 대한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건 단답형 대답뿐이고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금세 표정이 굳어진다"라며 "초등학교 때는 얼굴만 마주쳐도 조잘조잘 떠들던 아이가 집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부모들이 사춘기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커다란 벽을 느낀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치는 감정 변화와 대화 자체에 비협조적인 태도, 공부하기 싫은 감정을 앞세워 쏟아내는 짜증과 불만에 부모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소년기 자녀와는 어떻게 대화하는 것이 좋을까. 지난 14일 서울학부모지원센터가 마련한 11월 맞춤형배움과정에서는 부모-자녀 간의 대화법을 주제로 교육이 진행됐다. 최해옥 W&K 교육연구소 소장이 '함께 치유받고 성장하는 부모-자녀 대화법'을 주제로 강의를 이끌었다.
최해옥 소장은 먼저 세대 간 문화와 정서의 차이가 대화 단절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짚었다. 조부모와 세대와 부모 세대, 요즘 아이들 세대가 자라온 시대적 배경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마인드와 말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예로 조부모 세대는 명령·통제 중심의 말투에 익숙하고 지금의 부모 세대 역시 지시·훈계 기반의 표현을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존중받는 정서, 수평적 관계, 의견 표현이 당연한 문화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부모의 훈계나 날선 말투가 자신을 무시하는 말 또는 통제하거나 조종하려는 말로 들리기 쉽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변화다. 최 소장은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시기, 아이들에게 부모가 중심이 되는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그 이후의 아이들에게는 부모와의 대화 시간보다 친구 관계가 점점 중요해진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기 아이들은 부모가 화를 내고 지적해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가 조금만 차가운 말투로 말해도 크게 흔들리고 상처받는다. 이 시기에 부모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은 발달 과정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 소장은 "중고등학생이 집에 오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고 부모에게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이 시기 대부분의 아이들은 멀리서 나를 묵묵히 응원해 주는 부모를 가장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최 소장은 먼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아이는 학교에서 온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에너지를 소진하고 집에 돌아오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때 부모가 "오늘 어땠어? 뭐 배웠어?" 같은 질문을 쏟아내면 아이는 평범한 질문조차 압박으로 느낀다. 그럴 때는 아이가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최선이다.
부모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능력도 중요하다. 아이가 부모 말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일, 화가 나서 비속어를 쓰거나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상황은 어느 가정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대부분의 부모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으려 한다. 그러나 최 소장은 "오히려 이때는 부모가 맞대응하지 않고 잠시 침착함을 되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누구나 그렇듯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는 어떤 말도 와닿지 않는다. 훈계는 서로의 감정이 편안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와의 대화에 적용할 수 있는 비폭력 대화법 NVC도 소개됐다. NVC의 4단계는 △판단 없이 사실만 관찰해서 말하기 △진솔한 느낌을 표현하기 △스스로의 욕구 파악하기 △구체적으로 부탁하기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 같은 대화 방법은 갈등 상황에서 대화의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엄마는 네가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됐는데 일단 네가 집에 돌아와 안심이다. 그런데 네가 인사도 없이 네 방으로 들어가니 나를 무시하나 싶어 서운하고 화가 났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라고 말하는 식이다.
끝으로 최 소장은 "아이들은 언젠가 집을 떠나간다. 우리 집에 잠시 머물고 있는 옆집 아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화가 나도 친절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완벽한 부모일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가 건강한 가정 안에서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충분히 좋은 부모면 된다. 집에서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결국 아이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나갈 힘이 된다"고 말하며 강의를 맺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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